한민족&한국인 스토리

좋은 글

微笑(미소)

微笑(미소) ♣  웃음은 사람만의 특권입니다. 사람 이외의 동물이 웃는 경우는 없습니다. 『소가 웃을 일이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비유로 하는 말이지 정말 소 가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사람보다 얼굴 근육이 발달한 동물은 없다고 합니다. 사람이 웃는 모습도 다양하지만, 수개월전 타계한 테레사 수녀의 微笑를 보면 사랑과 거룩함이 가득 배인 모습입니다. 90에 가까운 평생을 가난한…

빈 산에 나무 한 그루 있었다.

빈 산에 나무 한 그루 있었다. 빈 산에 나무 한 그루 있었다. 피곤했었다. 길고 긴 싸움에 나는 지쳐 있었다. 죽음의 예감이 나를 누르고 있었다. 나무가 있어도 산은 빈 산 같았고 오른쪽도 왼쪽도 하늘도 모두 지옥이었고 오직 외줄만이 나의 갈 길이었다. 그것은 칼날 위에 나를 눕히는 것, 죽임을 죽는 것. 받아들이는 것 뿐이었다. 그땐 그랬다. 그러나…

침묵이 말을 한다

침묵이 말을 한다 때로 침묵이 말을 한다 사람이 부끄러운 시대 이상이 몸을 잃는 시대에는 차라리 침묵이 주장을 한다 침묵으로 소리치는 말들, 말이 없어도 귓속의 귀로 마음속의 마음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목숨의 말들 아 피묻은 흰옷들 참혹하여라 아직 말을 구하지 못한 이 백치울음 그러나 살아있는 가슴들은 알지 삶은 불을 잉태하고 있다는 걸 진실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침 빰…

당숙모

당숙모 – 이시영 –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되똥되똥 걸어와 후다닥 헛간 볏짚 위에 오른다. 그리고 아주 잠깐 사이 눈부신 새하얀 뜨거운 알을 낳는다.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미주알께를 오물락 거리며 다시 일 나간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나의 아버지는 내가… 네살 때 –   아빠는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다섯살 때 – 아빠는 많은 걸 알고 계셨다. 여섯살 때 – 아빠는 다른 애들의 아빠보다 똑똑하셨다. 여덟살 때 – 아빠가 모든 걸 정확히 아는 건 아니었다. 열살 때 –   아빠가 어렸을 때는 지금과 확실히 많은 게 달랐다. 열두살 때 – 아빠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장정일의 글 중에서..

장정일의 글 중에서..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된 세계, 그리고 권태만이 지배하는 세계, 감정이나 욕망이 개입되어선 안되는 세계, 거기엔 모든 것이 근무규정과 사규에 지시되어 있고 제한되어 있어. 어떤 문제든 미리 준비된 해답 속에 해결되어 있는 세계. 이런 세계에서는 눈물을 흘리거나 혀를 내밀어도 안돼. 그 세계는 수정으로 되어 있고 영원토록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 장정일, [너에게 나를…

눈사람의 방문

눈사람의 방문 한밤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K는 그게 누구인지 안다. 눈사람이 또 온 것이다. 그는 눈 내리는 밤이면 K를 방문한다. 그리고 이상한 질문을 한다. 두가지 질문을 그는 하는 법이 없다. 꼭 한가지만 묻는다. 그게 그의 예의인 듯하다. 그러면 K도 짧게 한마디로 대답한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오늘도 심야의 대화는 이러했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중에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중에서 01. 삶의 의의 내 생각으로는 삶의 의의를 묻는 사람에게는 그 해답이 주어지지 않지만 한 번도 그런 것을 묻지 않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그 해답이 주어지는 듯이 여겨진다… 내가 의식을 잃기 시작했던 그 순간 이상으로 그렇게 삶이 강렬하고 아름답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02. 사랑의 감정 1 나는 불을 켜고서 술병 두…

김인숙  <거울에 관한 이야기>

김인숙  <거울에 관한 이야기>언제나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은 자식 쪽의 일이다. 일곱 살 어린 나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내 손을 놓치 않으셨으리라. 어떠한 순간, 어떠한 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손을 놓은 것은 분명히 나였다. 어머니가 짝 바뀐 양말을 신고 오셨던 날, 나는 이제 비로소 내 쪽에서 잡아 드려야 할 어머니의 손을 절대로 쳐다보지…

은희경,<아내의 상자>

은희경,<아내의 상자>아내는 꽤 많은 종류의 잡다한 책을 읽었다. 그러나 남들처럼 책을 통해 교양을 쌓고 정서를 함양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자기가 읽은 책의 내용을 극히 단편적으로만 기억했으며 자기 식대로 엉뚱하게 왜곡시켜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는 기억들을 머릿속에 쌓아 두는 대신 상자에 담아서 뚜껑을 덮어 버리곤 했다. 그러고는 나머지 모든 시간에 잠을 잤다. 신도시에는 길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