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한국인 스토리

빈 산에 나무 한 그루 있었다.

빈 산에 나무 한 그루 있었다. 빈 산에 나무 한 그루 있었다. 피곤했었다. 길고 긴 싸움에 나는 지쳐 있었다. 죽음의 예감이 나를 누르고 있었다. 나무가 있어도 산은 빈 산 같았고 오른쪽도 왼쪽도 하늘도 모두 지옥이었고 오직 외줄만이 나의 갈 길이었다. 그것은 칼날 위에 나를 눕히는 것, 죽임을 죽는 것. 받아들이는 것 뿐이었다. 그땐 그랬다. 그러나…

내 귀가 xx쪽으로 타락하고 있다.

내 귀가 xx쪽으로 타락하고 있다. 잘 벗겨지지 않아요. —–제비(?)표 페인트 알아서 빨아줘요 —–대우 봉(?) 세탁기 구석구석 빨아줘요. —–삼성(?) 세탁기 빨아주고 비벼주고 말려주고 —–금성(?) 세탁기 우리는 그이가 다 빨아줘요 잘 빨아주니 새댁은 좋겠네 럭키 슈퍼타이 무엇이, 무엇을 의도적으로 빼는 이 광고에 우리는 무엇을 꼭 집어넣으라고 욕해야 할지                         함민복                          – 62년생                          – 88년 세계의문학으로…

침묵이 말을 한다

침묵이 말을 한다 때로 침묵이 말을 한다 사람이 부끄러운 시대 이상이 몸을 잃는 시대에는 차라리 침묵이 주장을 한다 침묵으로 소리치는 말들, 말이 없어도 귓속의 귀로 마음속의 마음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목숨의 말들 아 피묻은 흰옷들 참혹하여라 아직 말을 구하지 못한 이 백치울음 그러나 살아있는 가슴들은 알지 삶은 불을 잉태하고 있다는 걸 진실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침 빰…

생명의 서

생명의 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 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접의 허적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행복

행복 행복에는 여러가지의 형태가 있다. 돈 많은것도 행복의 하나요, 지위와 명예를 가진것도 행복의 한가지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번잡한 일이 없고, 아무 사고 없이 평 온하게 지내는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또 불행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사람에 따라 그 형태가 천차만별이다. 그 중 가장 불행한 것은 마음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스스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을…

당숙모

당숙모 – 이시영 –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되똥되똥 걸어와 후다닥 헛간 볏짚 위에 오른다. 그리고 아주 잠깐 사이 눈부신 새하얀 뜨거운 알을 낳는다.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미주알께를 오물락 거리며 다시 일 나간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나의 아버지는 내가… 네살 때 –   아빠는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다섯살 때 – 아빠는 많은 걸 알고 계셨다. 여섯살 때 – 아빠는 다른 애들의 아빠보다 똑똑하셨다. 여덟살 때 – 아빠가 모든 걸 정확히 아는 건 아니었다. 열살 때 –   아빠가 어렸을 때는 지금과 확실히 많은 게 달랐다. 열두살 때 – 아빠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장정일의 글 중에서..

장정일의 글 중에서..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된 세계, 그리고 권태만이 지배하는 세계, 감정이나 욕망이 개입되어선 안되는 세계, 거기엔 모든 것이 근무규정과 사규에 지시되어 있고 제한되어 있어. 어떤 문제든 미리 준비된 해답 속에 해결되어 있는 세계. 이런 세계에서는 눈물을 흘리거나 혀를 내밀어도 안돼. 그 세계는 수정으로 되어 있고 영원토록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 장정일, [너에게 나를…

눈사람의 방문

눈사람의 방문 한밤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K는 그게 누구인지 안다. 눈사람이 또 온 것이다. 그는 눈 내리는 밤이면 K를 방문한다. 그리고 이상한 질문을 한다. 두가지 질문을 그는 하는 법이 없다. 꼭 한가지만 묻는다. 그게 그의 예의인 듯하다. 그러면 K도 짧게 한마디로 대답한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오늘도 심야의 대화는 이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