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한국인 스토리

장정일의 글 중에서..

장정일의 글 중에서..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된 세계, 그리고 권태만이 지배하는
세계, 감정이나 욕망이 개입되어선 안되는 세계, 거기엔 모든
것이 근무규정과 사규에 지시되어 있고 제한되어 있어. 어떤
문제든 미리 준비된 해답 속에 해결되어 있는 세계. 이런
세계에서는 눈물을 흘리거나 혀를 내밀어도 안돼.
그 세계는 수정으로 되어 있고 영원토록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

– 장정일, [너에게 나를 보낸다] 미학사 –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고양이 울음이 아닙니다. 저 노래는 해바라기에서 나옵니다.
저 해바라기 꽃 속에서 수천 수만의 흰옷 입은 어머니가 걸어나
옵니다. 그들은 둥글게 손잡고 춤추며 노래합니다. 나는 그 속으로
끌리듯 작은 물방울이 되어 하늘 높이 솟구칩니다. 성스러운
여자들의 둥근 원은 잠시 나의 진격에 한 모서리가 찌그러집니다.
그러나 달이 그러하듯이 흰색의 둥근 원은 쉽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초생달처럼 깨어져 나갔던 누이는 붉게 불타는 혀로
나를 삼키고서 더 큰 만월을 짓습니다. 고양이에게 찢겨진 생쥐
처럼 나는 그녀의 피와 살이 되어 그녀와 함께 둥글어집니다.
나는 저 달의 아이…… 저 달의 정부, 달의 죄수입니다….

– 장정일 [해바라기] [세계의 문학] 1996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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