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말을 한다
때로 침묵이 말을 한다
사람이 부끄러운 시대
이상이 몸을 잃는 시대에는
차라리 침묵이 주장을 한다
침묵으로 소리치는 말들,
말이 없어도 귓속의 귀로
마음속의 마음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목숨의 말들
아 피묻은 흰옷들 참혹하여라
아직 말을 구하지 못한 이 백치울음
그러나 살아있는 가슴들은 알지
삶은 불을 잉태하고 있다는 걸
진실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침 빰 속에 익어가고 침묵속에 터트리는 날
푸른 사람들, 소리치며 일어설 것이다
침묵이 말을 한다
침묵이 소리친다
– 박노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