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한국인 스토리

일본어는 한국어다?

일본어는 한국어다?

[서평] 김용운의 <일본어는 한국어다> 1, 2권

 

 

일본어는 한국어다? 물론 어순이 같고, 한국과 일본이 같은 한자문화권이다 보니 발음상 비슷한 말이 있기야 하지만 일본어가 한국어라니?

배경은 이렇다. 지은이는 일본어의 출발지점을 검토한 뒤 고대 일본어가 한반도 남부에서 사용된 말과 같다고 주장한다. 일본 야요이 시대(기원전 4세기경부터 기원후 3세기 무렵)에 한반도에서 벼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건너가서 왜인이 탄생했고 이때 사용한 야요이 일본어가 고대 한반도 남부에서 사용했던 말과 같다는 것.

“4~5세기에 백제에서 일본 열도로 이두를 포함한 한자가 전해져, 일본의 万葉仮名(まんようがな)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만든 한반도의 이두나 향찰과 같은 문자입니다.”(2권 19~20쪽)

그러나 지금은? 여하튼 많이 달라졌다. 특히 발음이 그렇다. 우리말과 일본어의 발음이 차이 나는 이유로 지은이는 중국 문화의 영향(신라는 중국문화를 적극 수용했고 고려는 중국의 과거제도를 받아들였다) 및 한글 창제로 발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한글은 많은 음을 나타낼 수 있으나 일본어는 발음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을 제시한다.

“서양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국어나 일본어가 어렵다고 합니다. 일본어는 한자를 여러 가지로 읽어서 어렵고, 한국어는 발음의 종류가 다양해서 어렵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한ㆍ일어의 문법이 거의 일치합니다. 고대에는 한ㆍ일 두 나라가 같은 말을 썼으나 미묘하게 변화돼 오늘에 이르렀습니다.”(2권 22~23쪽)

언어와 문화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지은이도 어떤 언어를 잘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때로는 낱말 하나가 사회적 분위기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같은 한자어인 ‘정(情)’도 우리나라의 ‘정’은 ‘마음을 열어준다’는 뜻이 짙은 반면, 일본의 ‘なさけ’는 ‘서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인정을 베푼다’는 뜻으로 통한다는 것.

우리에게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가 있다면 일본인들에게는 ‘하이쿠(はいく)’가 있다. 5자, 7자, 5자의 자수율로 이뤄진 하이쿠는 세계에서 제일 짧은 정형시다. 마치 사진처럼 어떤 특정한 장면을 순간 포착해 처리한 듯한(갈무리한 것처럼) 느낌이다.

여기서 요사 부손이 지은 하이쿠를 한 편 보며 두 단어를 공부해 보자.

“朧月(おぼろつぎ) 蛙(かえる)ににごる 水(みず)や空(そら)。
– 어스름 달 개구리에 흐려진 물과 하늘
* 朧月(おぼろつぎ): 어스름 달 / ‘어스름’ – osuru -> oboro(おぼろ)
* 蛙(かえる): 개구리 / ‘개구리’ – keguri -> kaeru(かえる)”
 (1권 53쪽에서)

우리말 ‘어스름’과 일본어 ‘朧(おぼろ)’, 우리말 ‘개구리’와 일본어 ‘蛙(かえる)’의 음운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연상 작용을 일으키게끔 단어를 꾸며놓은 것은 이 책이 제공하는 효과적 단어 암기법일 것이다. 책 전체적으로 이러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각 꼭지별로, 많은 단어를 한꺼번에 학습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개의 단어를 확실히 습득할 수 있게끔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하이쿠처럼 17자 형식을 취하기는 하나 하이쿠처럼 서정류가 아닌 시가 있다. 센류(川柳, せんりゅう)라는 일본식 풍자시다. 속담이나 경구 같은 센류에서는 하이쿠처럼 독특한 맛이 느껴지진 않는다.

“泣(な)く泣(な)くも よい方(ほう)を取(と)る 形(かた)見(み)分(わ)け。
– 울고 또 울지만 좋은 것을 가지려는 유품분배.
→ 가까운 사람이 죽어서 울기는 하지만, 유품을 나눌 때는 서로 좋은 것을 빨리 챙기려는 모습을 풍자한 시
* 形見(かたみ): 유품 / * 形見分(かたみわ)け: 유품을 친척, 친지들과 나누기”
(1권 58쪽)

우리말과 일본어의 비슷한 점(1권 3장)과 다른 점(1권 4장)을 다룬 장에서 각별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책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일본어를 배우는 첩경을 제시한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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