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한국인 스토리

南美 토착어 한글로 쓴다 – 아이마라어

내년 3월쯤 남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인 ‘아이마라어’의 한글 표기법이 완성돼 공개될 전망이다. 문자가 없는 외국 언어에 한글 표기법이 적용되는 것은 2009년 ‘찌아찌아어’에 이어 두 번째다.서울대 언어학과·서어서문학과 공동연구팀은 2012년부터 추진한 아이마라어 한글 표기법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내년 초 완성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아이마라어 음성과 영상 자료, 민담·민요·속담 등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정밀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글 표기법을 만들어왔다. 아이마라어는 고유 문자가 없어 현재 로마자를 차용해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로마자는 아이마라어 소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표기법도 이원화돼 있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상태다.

아이마라어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볼리비아 페루 칠레 등지에 거주하는 아이마라족의 토착 언어다. 사용자는 200만∼300만명으로 추정된다. 아이마라족은 볼리비아 인구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마라어에는 네 가지 방언이 있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지역에서 통용되는 제1방언, 수도 북쪽 지역의 제2방언, 남부지방의 제3방언, 최남단 타리자 지역의 제4방언 등이다. 연구팀은 제1∼3방언 연구를 마치고 최근 제4방언 연구에 착수했다.

완전한 한글 표기법 제정을 위해서는 몇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아이마라어 모음은 ‘a’ ‘i’ ‘u’ 등 세 가지에 불과한 반면 자음은 한국어보다 다양하다. 연구 초기에는 아이마라어 자음이 한국어의 ‘ㄱ’ ‘ㅋ’ ‘ㄲ’과 같이 예사소리·거센소리·된소리로 나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구 결과 ‘ㄱ’에 해당하는 발음이 두 가지인 것으로 확인돼 연구팀은 글자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음 세 개가 연달아 발음되는 ‘삼중자음’도 있어 훈민정음 창제 당시와 같이 자음 세 개를 연달아 기록하거나 ‘모아쓰기’가 아닌 ‘풀어쓰기’(예를 들어 ‘서울’을 ‘ㅅㅓㅇㅜㄹ’로 표기하는 방식)가 채택될 수도 있다. 연구팀을 이끄는 서울대 언어학과 권재일 교수는 “표기법은 대체로 한글과 비슷하겠지만 새 요소가 추가될 수 있다”며 “모자란 자음은 반치음(‘ㅿ’) 등 현재 우리가 쓰지 않지만 훈민정음에 있는 옛 글자를 활용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한글 표기법이 확정되면 볼리비아에 한글 사용을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학계에서는 찌아찌아어 보급 당시와 다른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9년 찌아찌아어 한글화 당시 소수민족 언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도록 규정하는 인도네시아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현지인 사이에서도 일종의 ‘언어 침탈’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한글 보급이 지지부진했다. 2012년에는 자금난으로 세종학당이 철수하기도 했다.

권 교수는 “볼리비아는 스페인 식민지배를 오래 받아 로마자에 거부감이 있어 한글에 호의적인 편”이라면서도 “현지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중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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