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세계화 전도사’ 신부용 교수, 오늘 ‘중국어의 한글 표기방안’ 발표
“순경음 복원하면 완벽한 문자”
-
- 10년 넘게 ‘한글 세계화 전도사’로 전력투구 중인 원로 교통학자 신부용 교수. /김지호 기자
“국제표준음성기호란 게 있습니다. 예전에 다들 배운 영어 발음기호와 비슷한데, 훨씬 복잡하죠. 140자가 넘어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죠. 우리 한글이 이걸 충분히 대신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멋집니까. 지구촌 공용의 발음 표기로 한글이 사용된다면.”
한글날을 앞두고, 신부용(71) KAIST IT융합연구소 겸직교수는 바쁘다. 지난 7일 외솔회(회장 성낙수) 학술대회에 나가 ‘한글의 기계화와 세계 문자화’를 주제로 강연했고, 한글날인 오늘은 한국어정보학회(회장 최성) 세미나에서 ‘중국어의 한글 표기 방안’을 제안한다. 지난달 29일엔 한국폰트협회(회장 손동원) 세미나에서 ‘정보화시대 한글의 세계 문자화 가능성’을 발표했다.
“우리는 ‘한글은 가장 과학적 문자’라고 자부하면서도 활용할 노력은 하질 않았으니 안타깝네요. ‘언어’가 아닌 ‘문자’로서 한글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그 는 한글학자가 아니다. 원래는 교통 전문가다. 1988년 45세에 한국교통개발연구원장을 맡았고, 이후 카이스트에서 교통공학·교통정책을 가르쳤다. 대도시 교통계획을 세웠고, 교통영향평가제 도입과 환승시스템 연구로 유명하다. 하지만 근래 10년 넘게 ‘한글 세계화 전도사’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캐나다 유학 시절, 외국서 오래 살아도 영어를 거의 못하는 한국인을 많이 봤어요. 영자 신문은 줄줄 읽으면서 간단한 물건 하나 살 때도 쩔쩔매요.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니까요. 특히 우린 왜 ‘f, r, v’를 발음하기 힘들까요. ‘훈민정음은 닭울음 소리까지 적는다’고 했는데….”
1981년 귀국 후 틈틈이 공부했고 답은 쉽게 찾았다. 훈민정음의 원래 표기들을 되살리면 해결되는 일이다. 예컨대 ‘r’은 순경음 리을( ), ‘f’는 순경음 피읖( ), ‘v’는 순경음 비읍(�)이면 해결된다. 그래서 순경음을 되살리자고 주장했지만 학계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접근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한글의 세계화’죠. 외국인에게 한국말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훈민정음만큼 모든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는 문자는 없어요. 그러니 훈민정음을 복원해 문자가 없는 언어권부터 보급하는 거죠.” 2010년 그 뜻에 공감한 서남표 당시 카이스트 총장이 ‘한글공학연구소’를 마련해줬다.
그는 요즘 만능 통·번역기를 만들고 있다. 어떤 언어든 말하면, 기계가 한글로 변환한 뒤 해독해 원하는 언어로 통역·번역해주는 장치다. 신 교수는 “상용화되면 한글이 세계인의 문자가 되는 거죠. 순경음 복원이 왜 시급한지도 한결 쉽게 이해될 것이고요.”
– 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