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한국인 스토리

한-일 부부생활의 다른 점?…”침대보면 알 수 있다”

기사 대표 이미지:[한수진의 SBS 전망대] 한-일 부부생활의 다른 점?…"침대보면 알 수 있다"

▷ 한수진/사회자: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외국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일본사람인가요?’ 그러면 한국 분들은 이렇게 반응하시죠. 한국과 일본은 너무나 다른 나라라구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두 나라는 생각하는 방식은 아주 다릅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도 한일관계는 좀처럼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을 알고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9일)은 도쿄 연결해 보겠습니다. 김승필 특파원!!

▶ SBS 김승필 도쿄 특파원:

네, 도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김 특파원, 한국부부와 일본부부의 부부싸움 방식은 다르다면서요? 이런 차이가 한일관계와 유사하다는 이야기기 많던데요?

▶ SBS 김승필 도쿄 특파원:

네, 한국과 일본 부부생활의 다른 점을 보면요, 백화점에 가서 침대를 구경해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부부는 침대를 사면 대부분 더블 침대를 삽니다. 퀸이나 킹사이즈 같은 좀 더 큰 침대를 사는 일도 있지만, 어쨌든 대부분 한 침대에서 잠자리합니다.

그런데 일본 백화점에서 부부 침대를 보면 절반 이상은 싱글 침대를 두 개 붙여 놓은 것입니다. 부부가 한 자리에서 자야 한다는 의식이 우리보다 옅은 겁니다. 일본 부부 가운데는 부부 사이가 나쁘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방을 따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싸움의 다른 점은 더 큽니다. 한국 부부가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면 남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욕도 하고 아주 심하면 자재도구도 던지고 이러지 않습니까, 심지어 신체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때도 있는데, 그런데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그렇게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이 지나면 또 서로 사이좋게 지냅니다.

그런데 일본의 부부싸움은 기본적으로 냉전이고 그 냉전은 매우 오래갑니다. 일본부부의 싸움은 겉으로 싸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 냉냉한 분위기가 쭉 진행됩니다.

일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일단 부부싸움을 하면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게 첫 번째라는 겁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대화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아내들은 남편의 밥을 차려 주거나 이부자리를 봐주는 것은 빠뜨리지 않고 제대로 한다고 합니다.

다만 신랑의 이부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뒤 잘 주무시라고 인사하고 다른 방에 가서 잔다고 합니다. 이럴 때 꼭 필요한 대화는 존댓말로 매우 정중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남자의 잘못이 고쳐지지 않으면 어느 순간 메모를 한 장 남기고 집을 나간다고 합니다. 이럴 때조차도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는 표현은 꼭 등장합니다. 일본 아내는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는 글과 함께 이혼 수속은 자기 변호사와 상의하라는 메모를 남기고 집을 나간다고 합니다.

한국의 부부싸움은 부부들이 끊임없이 상대방의 잘못을 추궁하며 결국 잘못했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뒤 화해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한다면 일본의 부부싸움은 화해보다는 서로 말문을 닫고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면서 관계단절까지 각오하는 그런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혼 안한다_640
▷ 한수진/사회자:

한국 사람은 다투기도 잘하고 화해도 잘하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다르군요?

▶ SBS 김승필 도쿄 특파원:

네 회사에서도 마찬가집니다. 한국은 동료끼리는 물론 상사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운다든지 아니면 회식자리에서 덤비며 싸우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이면 술기운에 그랬다며 서로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일본은 동료끼리 심하게 다투거나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덤비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일본 말에는 욕이 거의 없는 데 기본적으로 말로 잘 싸우지는 않는 문화입니다. 사무라이 시대에는 그냥 의견충돌이 있으면 말 대신 칼로 서로 결투했고 말았습니다. 잘 싸우지는 않지만 한번 마음에 담고 있다가 싸우면 상대방을 곡 죽이고야 마는 문화인 것이죠

그래서 일본 사람이 상대방에게 ‘바카’ 즉 바보라는 말을 입에 올리면 다시는 평생 안 볼 생각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내뱉는 것이라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발전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이런 서로 다른 점을 잘 알 필요도 있겠군요?

▶ SBS 김승필 도쿄 특파원:

네, 일본을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고 하지만, 같은 극동지역이고 유교문화권에 있다 보니 한국 사람들은 일본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기후도 문화도 우리와 다릅니다.

일본이 우리와 시차는 없지만, 도쿄는 우리보다 해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먼저 뜨는 나라이고, 도쿄 근방의 골프장 가운데는 원숭이가 졸졸 따라다니는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가족관계도 동양보다는 오히려 서양과 가깝다고 할 정도로 서로 독립적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 오히려 드러나고 그런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일간의 갈등이나 오해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048652&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댓글 남기기